대학원을 한학기 다니고 그만 두었다. 처음 입학은 순전히 간판 때문이었다. 종종 들어오던 강의요청이 시들해지더니 "학사를 가르치시려면 최소한 석사는 받으셔야...."라는 말을 듣고 난 직후였다.
개강 첫 날 후회했다. 재정학을 듣는데 교수는 20년 넘은 교재의 최신 버전이라며 외국 교수 저서 번역본을 교재로 강의를 시작했다. 노교수는 학기 내내 자신이 새로 배워 재미를 붙인 드롭박스를 이용해서 파일을 주고 받는 일을 반복했다. 재무용 계산기를 하나씩 사라고 권하더니 휴대전화 앱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는 신기해했다.
출석만 잘하고 레포트만 잘하고 예상문제 중에서 골라내는 시험에 외운 답을 잘 쓰기만 하면 점수는 서운치 않게 주겠노라고 말했다.
2학기 개강을 포기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두개 더 늘렸다. 내 이름 김용현 으로 되었던 계정을 [마케팅]용으로 한정하고 [군포]라는 계정에는 군포시와 관련한 내용만 담거나 공유해 나갔다. 영문 이름 계정은 한 외국인과의 인연 때문에 한 두 번 쓰고 휴면상태였던 것을 살려 내서 새롭게 취미를 붙인 [소셜방송]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스타트업 전용 계정으로 구분했다.
퇴근 후 2시간을 세 계정을 오가며 새글을 읽고 공유하고 스크랩해서 운영하는 다른 블로그에 옮겨 놓는다. 두 시간이 훌쩍 간다. 신간 경영서를 읽는 일 이상으로 깊이있는 공부를 하고 있다. 대학시절 도서관 문을 닫을 무렵 별이 총총 떠있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집으로 돌아오던 때 느끼던 뿌듯함마저 느낀다.
간판을 덜어낸 공부가 훨씬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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